야시장 아니죠? 동문시장 맞습니다.
시내 경제 활성화 프로젝트로 진행중인 <시장통북새통>이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9월 16일 엑스포 개장에 맞추어 열린 역전풍물시장 행사장에 이어 명절연휴가 끝난 24일 개장한 동문골 낭만시장에는 하루 4~5천명의 관람객이 모여 행사명 그대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특히 마당극 <돌아온약장수>공연은 웃음과 건강과 감동을 파는 만병통치예술단 가족을 마당놀이 형식으로 꾸며 만담, 차력, 외발자건거, 버나돌리기 등 갖가지 기예와 익살과 해학으로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토요일, 일요일 오후 5시부터 동문거리에서 무료로 공연된다.
119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체험부스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제천시 노인회가 준비한 <추억의 물방개>를 비롯해 옛적 학교앞 문방구를 재현한 <제천문방구>와 <추억의 교실>포토존은 7,80년대의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해 인기를 끌고 있다.
사회적기업공동관 등 제천의 사회복지기관 단체들이 참여한 이번 체험부스는 체험수익금을 지역사회의 복지사업에 재투자해 질 높은 복지서비스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장기간 시장통을 막고 행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에 불만을 토로하던 상인들의 마음도 활짝 열렸다. 오후 1시 이후에는 상가 앞에 주차된 차량을 전혀 볼 수 없다. 무대의 대형 화면에서는 쉬는 시간마다 주변 상가들의 홍보영상이 흘러나오고 상인과의 <소통>을 목표로 시민단체의 활동가들이 상가를 찾아다니며 무료로 커피를 배달하며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듣는다.
상인들의 변화가 특히 눈에 뛴다. 밀려드는 손님으로 일부 상인들은 입가에 함박웃음을 지울 수 없는가 하면 일부 상가에서는 행사특성에 맞추어 서둘러 <임시 업종 변경>을 시도해 오전에는 생업을, 오후에는 한방음료와 아이스크림통을 갖췄다. 닫혔던 상인들의 마음이 열리자 온갖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주차문제 해결책’, ‘난전이 있어야 시장이 산다.’ ‘지속적인 행사가 필요하다.’ 행사본부에는 상인들의 주문이 밀려든다.
어둡던 동문거리에는 긴급히 가로등이 추가로 돼 행사가 끝날때까지 불야성을 이룬다.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한 제천시의 발빠른 조치 덕이다.
야시장을 기대하며 나온 시민들에겐 다소 생소한 광경이다. 이곳에 야시장 먹을거리는 없다. 주변 상권을 생각한 주최 측의 배려다. 시장통에는 파라솔테이블이 설치되었고 이곳에는 주변 식당의 메뉴들이 내걸려있다.
배달을 시켜먹든 직접 사들고 와서 먹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자연스럽게 노천카페와 식당이 되었다. 행사가 끝난 늦은 시간에도 이 테이블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처음 소극적이던 상가들도 ‘추가로 홍보영상을 제작해 줄 수 없느냐’는 등 문의가 끝임없이 이어졌다.
이 모든 변화를 만든 것은 시민단체가 모여 만든 <제천네트워크>의 쉼없는 노력 덕분이었다. 처음 행사계획을 가지고 시민설명회를 개최할 때만 해도 상인들의 반대는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처럼 느껴졌다. ‘한달간 행사를 열면 상인들은 죽으라는 소리냐?’며 고성이 오갔다. 설득하면 새로운 반대자가 나타났다. 중심이 되는 상인회조차 없었다. 생각 끝에 일일이 상인들을 찾아다니며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했다. 7,8윌 뙤악볕을 받으며 상가를 돌아다녔다. 이 또한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인터뷰를 나선 활동가들을 둘러싸고 상인들이 모여 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팽팽했다. 찬성 60%, 반대 40%. 적극적인 반대 상인들과는 달리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전체의 80%를 육박했다.
전단을 세차례 만들었고, 북새통 소식지를 3만부 찍어 신문에 넣었다. 재래시장을 살려야 지역 경제가 산다고 호소했다. 대형마트와 다른 재래시장의 장점을 부각시켰다. 점점 반대하던 상인들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벽도 높았다. 동문거리의 시설물 설치 작업은 무산되어 철수 했다. 결국 추석명절이 끝난 9월 24일 행사를 열었다.
행사 3일차 밤늦은 시간, 행사가 끝난 뒤에도 동문거리의 불은 밝다. 행사관계자와 상인들, 시민들이 여기저기 모여 <저잣거리 토론>에 한창이다. 화두는 물론 시장이다. 모두들 행사이야기와 내일의 대책, 앞으로 재래시장이 갈 길에 대한 담론뿐이다.
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제천.
낡은 재래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없지만 시민단체, 문화단체, 사회복지단체들과 상인들이 모여 만드는 소박한 행사장에는 꿈과 낭만이 가득하다.
행사가 끝난 뒤 변화될 재래시장의 모습이 자못 궁금하다.
2010. 9. 26
제천네트워크